[MBC노조 공감터] 안형준 사장의 침묵.. ‘9틀막’ 즐기는가?
참 재미있는 상황의 연속이다. 복면가왕 9주년 특집이 정치적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서 MBC가 내부적으로 순연을 결정하자, 기호9번 조국혁신당은 “입틀막에 이어 9틀막”이라며 정권에 화살을 돌렸다. 조국 대표는 한술 더 떠서 “용산에서 전화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방송 순연을 결정한 MBC에 따지고 방송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상식인데, 조국혁신당은 “MBC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 여권 공격에 활용했다. 졸지에 MBC가 정부 여당의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됐다.
민주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 “간첩신고는 113에서 224로?”라며 이틀 연속 숟가락을 얻었다. MBC의 자체결정인데 야당은 언론탄압의 결과라고 제멋대로 규정하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작 MBC는 조용하다. “용산에 전화받았냐”는 말까지 나왔는데도 침묵이다. 만약 정부 여당의 비판이었으면 어땠을까?
날씨예보에 ‘파란색 1자 기둥’이 논란이 됐을 때, 또 막말 민주당 후보에 국민의힘 로고를 덧붙였다가 여당의 항의를 받았을 때, 매번 메인 뉴스를 통해 적극 반박하던 MBC다.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정부 여당에 대해 안형준 사장은 “MBC의 기자정신을 지켜내겠다”고 대외적으로 결기를 자랑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리 조용한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MBC 자체의 스크리닝 시스템에 따른 자체 결정이고, 최종 결정권자는 사장 자신이었다’고 왜 나서서 해명을 안 하는가 말이다.
안 사장의 침묵은 마치 “여당의 비판 때문에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좌파언론과 야당의 프레임에 동조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위축효과? MBC 현 경영진이 쫄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용산의 전화? MBC와 연락하는 관계나 되나 묻고 싶다. 게다가 다 만들어놓은 예능프로그램을 여권의 눈치를 봐서 뺐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지금 MBC는 외부 정치권의 공격에도 선택적으로 대응하는 재미있는 조직이 됐다. 그러니 이번 복면가왕 연기 결정도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혹 MBC가 내일 선거가 끝난 다음에 반응하는 또 한번의 코미디를 하지 않을까 싶다.
2024.4.9.
MBC노동조합 (제3노조)